CEO인터뷰2. 조직 문화, 수평이나 수직보다 중요한 것
“솔루션은 도입만 하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에요. 트렌디한 업무 문화와 만났을 때 도깨비 방망이 이상의 진가를 발휘하죠. 제가 말하는 트렌디한 업무 문화란 자유로운 의사소통, 분석과 실행의 빠른 순환,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자원이 되는 자기주도적 문화를 말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일깨우고 활성화하는 솔루션이 되었으면 해요.”
사진 : 오니온파이브 전인혁 대표
4명의 공동창업자들이 함께 한 4년
Q. 오니온파이브는 대표인 인혁님을 포함해서 총 4명의 공동창업자가 함께 일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모였나요?
한국에 돌아와 넥슨과 조이시티에서 각각 실장으로 일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기업에 소속된 채로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됐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걸어보고, 빵집에서 일하기도 하면서 헤매던 끝에 결국 직접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러자니 공부와 동료가 필요해졌죠. 기술경영대학원에 들어갔고, 거기서 몇몇 동료들이 반짝 눈에 띄었습니다. 나에게 없는 것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Q. 무엇이 눈에 띄던가요?
개발, 마케팅, 브랜딩. 3명이 각 분야의 적임자들이었어요. 대기업에서의 직무 경험과 미국에서의 창업 경험 등 소위 말하는 스펙도 갖추었지만, 무엇보다 투지가 있었어요. 제대로 봤다고 생각해요. 이 친구들이 IT기업을 운영하기에 걸맞는 모든 기술과 조건을 처음부터 갖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1,2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몰입해서 전문성을 갖추고 이제는 팀을 이끄는 팀장이 되었으니까요.
Q. 그 적임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이셨어요?
전에 생각했던 고객지원 관련 기획을 기반으로 1:1 PT를 해서 꼬셨습니다. 사실 지금 보면 PT 내용도 별로인데 무척 좋아했어요.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어딘가에 소속되기 위해 면접이나 인터뷰를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무언가를 직접 해보자고 제안한 사람은 없었다고 해요.
과거의 PPT를 보며 부끄러워 하는 인혁님
수평이나 수직문화보다 중요한 자기주도 DNA
Q. 지금의 오니온파이브 조직 문화는 어떠한가요?
미국에서 몸이 힘들어도 즐거웠던 이유는 자기주도적 업무 문화의 역할이 컸습니다. 자기주도적인 사람들은 자기 일에도 열성을 쏟지만 상대방을 돕는데도 거리낌이 없거든요. 서로가 가진 궁극적인 목표에 공감하고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전문성을 갖추는 데에도 자기주도가 필수 요소라고 봅니다. 더 다양한 경험을 내것으로 만들게 되니까요.
회사에서 이런 DNA가 자라나려면 조직원들이 일 자체에서 즐거움, 의미, 혹은 성장을 느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주 1회 ‘브리콜라주’라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팀원들 앞에서 시장이나 제품, 혹은 직장인으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분석하고 의견을 내는 시간입니다. 이 의견에 대해서는 제약을 두지 않고, 그걸 기반으로 도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절대 나무라거나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Q. 그러면 오니온파이브는 수평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수평과 수직, 그 사이에서 오니온파이브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업무 문화는 수평이나 수직 둘 중 하나만으로 완성할 수 없으니까요. 아이디어나 고민을 나눌 때는 수평적 문화가 필요하고 빠르게 결정해야 할 때는 수직적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전 직원의 이름 뒤에 ‘님’을 붙여 호칭을 통일하는 등,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수평적인 분위기가 기반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이 진행되려면 리더십과 규율이 필요합니다. 의사결정권을 갖고 우선순위를 정하며 최종 책임을 질 수 있는 책임자가 있어야 하죠. 공동창업자를 포함하여 조직원 모두에게 자율성과 함께 책임이 따르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성과관리 시스템도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개발자에서 CEO로, 가장 큰 변화는
Q.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인혁님 자신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1. 저질러서 확인하기
앞뒤 안가리고 맨땅에 헤딩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크고 모호한 이상을 계속 품고 있는 것보다, 사소하더라도 어떤 생각이 들었을 때 빠르게 실행해서 직접 확인하고 판단한다는 의미입니다. 창업하기 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다가 내린 답은 ‘저지르며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대부분 ‘어떻게 살까’ 막연하고 끝이 없는 고민만 했지, 실제로 ‘무엇을 해볼까’ 이런 방식으로 고민한 적은 별로 없더라고요. 바로 기술경영대학원에 들어갔고, 거기서 만난 3명의 동료들과 지금의 회사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2. 개인보다는 조직을 책임지기
전에는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한명 한명 직접 책임지려고 했습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개인에서 조직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습니다. 회사라는 배에 함께 탄 사람들이 가라앉지 않고 목적지에 무사히 다다르기 위해서는 배에 결정적인 위험을 끼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결단을 내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개인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시각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변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회사의 리더로서는 겪어야 할 변화죠.
3. 공격적인 비전 세우기
저 개인의 성향은 그렇지 않은데 업무를 하는 습관은 굉장히 보수적이었어요. 새로운 개발보다는 안정성과 신뢰에 비중을 뒀죠. 모든 일은 반드시 차근차근 한단계씩 밟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좀 공격적으로 비전을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더라고요. 실제 현실과 어느 정도 간극이 있더라도 우리가 하는 일이 개인과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눈에 보이는 것처럼 구체화시켜주는 것. 그게 대표의 큰 역할 중 하나라고 느낍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미션이 생기고 현실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유기체처럼 스스로 변하고 성장하는 팀, 그리고 소프트웨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는 혼자 정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에 따라 정해진다고 생각해요. 오니온파이브를 우리 입맛에 내키는 대로 정의해두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과 교류하면서 변화하고 싶습니다. 오큐파이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제품을 설치형 솔루션이 아닌,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인 Saas로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살아있는 유기체 같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 시대의 고객들을 따라 끝없이 변화하고 성장하게 하기 위해서요.
(인터뷰 : 마케터 선이은 / 촬영 : 개발자 Jared)
Eeeun Seon
데이터와 감각을 엮어 콘텐츠를 짜는 마케터입니다.